올해 한양대에 입학한 김디미트리(왼쪽)와 사이죠 쇼타의 모습.
올해 한양대에 입학한 사이죠 쇼타(일본)와 김디미트리(우즈베키스탄)는 낯선 타지에서 유럽 진출의 꿈을 품고 오늘도 달리는 중이다.
지난달 27일 막을 내린 한산대첩기 제60회 춘계대학축구연맹전에서 한국 선수들 가운데 낯선 선수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바로 한양대에서 활약하는 신입생 사이죠 쇼타(18)와 김디미트리(19)가 그 주인공이다. 먼저 쇼타는 일본 국적으로 스트라이커를 소화한다. 반면 디미트리는 우즈벡 국적이자 고려인으로 수비형 미드필더를 소화하며, 과거 우즈벡 U-18 대표팀으로 활약하기도 했다.
비록 한양대가 단국대에 패하며 한산대첩기 8강에서 짐을 쌌지만 두 선수 모두 입학 후 첫 대회부터 그라운드에 잘 녹아들며 한국 생활에 대한 예열을 마쳤다. 쇼타는 위덕대와의 조별리그 3차전 해트트릭을 포함해 대회 총 4골을 터뜨렸으며, 디미트리는 팀에 늦게 합류한 탓에 많은 시간을 소화하진 못했지만 4경기에 교체 출전하여 공수를 조율했다.
두 선수가 한국에서 축구 생활을 할 수 있는 건 한양대가 맺은 다양한 해외 클럽과의 자매결연 덕분이다. 한양대는 오래 전부터 다양한 해외 클럽과의 자매결연을 통해 외국 선수들을 영입함과 동시에 국내 선수들을 해외 무대로 배출해왔다. 이시바시 타쿠마, 니시노 료타, 타베이 준(이상 일본) 등 이미 한양대에서 활약한 외국 선수들이 다수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반대로 서영재(당진시민), 원두재(김천상무) 등이 한양대에서 각각 함부르크(독일), 아비스파 후쿠오카(일본)로 향하며 해외 무대를 밟았다.
쇼타, 디미트리의 합류 역시 정재권 감독의 노력과 한양대의 자매결연 제도가 어우러진 합작품이다. 두 선수 모두 정재권 감독이 각각 일본과 우즈벡을 직접 찾아가 오래 주시한 끝에 데려왔다. 정 감독은 “한양대만의 길을 걷기 위해 해외 클럽과의 교류를 활성화해왔다. 자연스레 해외로부터 선수 추천을 많이 받는다”며 “과거 우즈벡 대표팀에서 뛰었던 제파로프(은퇴)를 통해 우즈벡의 다른 어린 자원들을 추천 받았다. 그 선수들을 보러 우즈벡에 갔다가 오히려 디미트리에 반해 그를 데려왔다. 쇼타도 비슷한 케이스다”라고 전했다.
이어 정 감독은 “디미트리는 볼을 뿌려주는 패스가 간결하다. 신체조건이 뛰어나서 볼 간수에 능하고, 활동량과 기본기가 탄탄하다. 오히려 유럽 스타일에 가까운 선수다. 쇼타는 예측 가능하지 못한 상황을 많이 만들어낸다. 192cm에 달하는 신장이지만 빠르면서도 일본 특유의 섬세함을 지니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양대 정재권 감독은 직접 일본과 우즈벡을 찾아가 쇼타와 디미트리를 데려왔다. 사진은 지난 2017년 U리그 경기에 나선 정 감독의 모습.
다음은 사이죠 쇼타, 김 디미트리와의 일문일답.
-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쇼타) “안녕하세요. 일본 국적의 쇼타이고 스트라이커를 소화합니다. 오사카에 있는 모모야마가쿠인대학의 산하 고등학교 축구부에서 활약했습니다.”
(디미트리) “안녕하세요. 우즈벡에서 넘어온 디미트리입니다. 수비형 미드필더를 소화하고 센터백도 볼 줄 압니다. 우즈벡 2부 클럽에서 뛰다가 한양대에 합류했습니다.”
- 고향에서 축구를 계속 할 수도 있었을 텐데 어떤 계기로 한국에 오기로 결심한 건지.
(쇼타) “고등학교 졸업 후에 다양한 선택지가 있었어요. 유럽 진출에 대한 꿈을 예전부터 가지고 있었는데 한양대를 거쳐 유럽에 진출한 선수가 많다고 들었습니다. 이곳에서 잘 성장한다면 유럽으로 갈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판단했죠.”
(디미트리) “우즈벡보단 한국에서 프로 선수의 길이 더 열려 있는 게 사실이에요. 저 역시 언젠가 유럽에서 축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항상 있었는데 한국에서 그 기회를 잡고 싶었습니다.”
- 최근 한산대첩기를 치르고 왔다. 한국에 온 후 첫 대회였는데.
(쇼타) “큰 부담은 없었어요. 그래도 고등학교 레벨과 비교하면 확실히 수준이 높긴 하더라고요. 빠르고 기술도 좋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대회를 재밌게 치르고 왔습니다.”
(디미트리) “그냥 너무 좋았어요. 사실 우즈벡에 있을 땐 이런 스타일의 축구를 느낄 수 없었거든요. 특히 한국 선수들이 체력이 너무 좋더라고요. 더 열심히 노력해야겠다는 자극을 받게 된 대회였습니다.”
- 한국 축구와 고향 축구 간 스타일에 차이가 있다면.
(쇼타) “아직 국가 간 스타일을 구분 짓는 건 어려운 것 같습니다. 오히려 각 팀별로 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에 나라별 스타일보다는 앞으로 만나게 될 상대팀마다 어떤 색깔을 보유하고 있는지를 잘 분석해 경기에 나가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디미트리) “저도 구체적인 스타일 차이는 아직 잘 모르겠어요. 다만 지난 대회에 나가보니 우즈벡보다 한국이 좀 더 수준 높은 축구를 한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 본인들의 플레이 스타일을 설명하자면.
(쇼타) “일본에는 힘이 강한 선수들이 많지 않은데 저는 힘으로 밀어붙이는 돌파에 자신 있어요. 또 공격수로서 문전에서 발휘할 수 있는 센스가 좋은 것 같습니다.”
(디미트리) “지능적인 플레이에 강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짧은 시간 안에 경기 흐름을 파악해서 그에 맞게 대처하는 데에 자신 있어요.”
디미트리(왼쪽)와 쇼타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 평소 참고하는 롤모델이 있는가.
(쇼타) “옛날에 활약했던 브라질 공격수 호나우두(은퇴)를 좋아해요. 저랑은 완전히 다른 세대이긴 하지만 공격수로서 참고할 점이 많은 것 같아 배우려 합니다. 일본 선수 중에선 오카자키 신지(신트트라위던)가 롤모델입니다.”
(디미트리) “후벵 디아스(맨체스터 시티)요. 최근엔 제가 수비형 미드필더로 주로 뛰었지만 원래 포지션은 중앙 수비수였어요. 사실 프로 무대에 가선 중앙 수비수로 성공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거든요. 그래서 디아스의 수비를 참고하고 있습니다.”
- 아무래도 외국인 선수다보니 주변의 기대가 높을 수 있다. 그에 대한 부담감은 없는가.
(쇼타) “시선이 있더라도 주변 팀원들이 너무 잘 챙겨줘서 부담을 안 느끼고 있어요.”
(디미트리) “기대를 보내는 사람이 주변에 많긴 합니다. 하지만 오히려 부담보다는 자신감을 얻고 있어요.”
- 앞서 일본인 선수(타쿠마, 료타, 타베이)가 한양대에서 활약한 경우는 있었다. 쇼타의 경우 일본인 선배들과의 교류가 있었는지.
(쇼타) “타쿠마 형이랑은 나이 차이가 많이 나서 이렇다 할 교류는 딱히 없었습니다. 대신 료타 형과 타베이 준과는 지금도 연락을 주고받아요. 료타 형과 타베이는 한양대를 떠난 후에도 가끔 찾아와서 도와주곤 하는데 조언을 통해 큰 힘을 얻죠. 특히 한국축구를 절대 만만하게 봐선 안 된다는 얘기를 해준 게 기억에 남네요.”
- 평소 한국 국가대표팀 경기나 K리그를 챙겨보는지.
(쇼타) “숙소 생활을 하면서 동료들이 축구를 항상 챙겨보기 때문에 저도 자연스레 보게 되더라고요. 최근에 있었던 아시안컵도 재밌게 봤습니다. K리그에서는 울산HD라는 클럽이 경기를 재밌게 한다고 느꼈어요.”
(디미트리) “아시안컵을 통해 한국 경기를 봤습니다. 우즈벡과 한국을 동시에 응원하면서 봤죠. K리그에선 알리바예프라는 우즈벡 선수가 성남FC에서 뛰고 있어서 성남 경기에 관심이 가더라고요.”
- 타국 생활에 대한 어려움도 있을 텐데.
(쇼타) “언어나 문화에서 처음엔 어려움이 많았어요. 하지만 디미트리의 존재도 큰 힘이 됐고 주변 동료들이 먼저 다가와 줘서 지금은 힘들다는 생각을 잘 안하고 있습니다. 한국 음식 중에선 삼겹살이 맛있더라고요.”
(디미트리) “언어가 가장 큰 문제였죠. 이제는 적응을 어느 정도 마쳤고 플레이에도 큰 문제는 없는 것 같아요. 말이 잘 안 통해도 그라운드에서는 마음만 맞으면 얼마든지 합을 맞출 수 있으니까요. 먹는 것 중에선 갈비를 좋아합니다.”
- 귀화를 통해 한국 대표팀에서 뛰고 싶은 생각도 있는가.
(쇼타) “아직 귀화 생각은 없습니다. 일본에서 태어났고 자라온 만큼 일본 대표팀에서 활약하고 싶다는 생각이 커요. K리그에서 뛰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은 했습니다. 다만 최종 목표는 유럽 리그에서 뛰는 거라고 말하고 싶네요.”
(디미트리) “구체적으로 생각은 안 해봤지만 기회가 된다면 한국 대표팀에서 뛰는 것도 영광이죠. K리그에서 활약하는 것도 소망 중 하나입니다.”
- 축구선수로서 꿈꾸는 순간을 꼽자면.
(쇼타) “관중이 엄청 많은 경기장에서 뛰어보고 싶어요. 생각만 해도 가슴이 벅찰 것 같아요.”
(디미트리) “유럽 진출에 성공해서 맨체스터 시티(잉글랜드)에서 활약하고 싶어요.”
글 = 강지원
사진 = 대한축구협회, 강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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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대한축구협회